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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619     이혼판례

【판시사항】
[1]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한 성적인 행위가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다수의견] 민법 제840조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로 삼고 있으며,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는 위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후에 그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부부 일방이 배우자에게 이혼의사를 표시한 경우라면, 이를 잠정적·임시적·조건적인 이혼의사라고만 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비록 그 자체만으로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아니하나 장래에 향하여 배우자의 성적 성실의무 등을 면제 내지 소멸시키려는 의사로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의하여 이혼이 가능한 파탄상태에서 실제로 부부 일방으로부터 이혼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부부 상호 간에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부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이혼의사를 전달받았거나, 그의 재판상 이혼청구가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라 이혼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혼인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부부 일방은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후에 이루어진 제3자와 부부 중 일방 당사자의 성적 행위는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1조, 제826조, 제840조
[2] 민법 제751조, 제826조, 제84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1899 판결(공2005상, 938) / [2]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므1140 판결(공2010하, 1586)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가법 2011. 8. 26. 선고 2011르1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하는 의무를 진다(민법 제826조). 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보호하여 부부공동생활로서의 혼인이 유지되도록 상호 간에 포괄적으로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의 내용으로서 부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性的) 성실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이는 민법 제84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고, 부부의 일방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진다.

한편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그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그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189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은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보호되고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법 제840조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로 삼고 있으며,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는 위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므1140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소외인은 1992. 10. 19.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서 생활하다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다. 소외인은 원고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2004. 2.경 가출하여, 이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고, 원고는 그 후 소외인을 설득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소외인을 비난하면서 지내왔다.

나.  결국 소외인은 2008. 4. 29. 원고를 상대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8. 9. 26. 이혼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고 2008. 11. 26. 소외인을 상대로 이혼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항소심에서 2010. 6. 18. ‘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소외인과 원고는 이혼하고, 본소 및 반소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2010. 9. 30.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한편 피고는 2006년 봄경 등산모임에서 소외인을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위 이혼소송이 항소심에 계속 중이던 2009. 1. 29. 밤에 소외인의 집에서 소외인과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가지다가 당시 밖에 있던 원고가 출입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두었다(이하 이러한 신체적 접촉 행위를 ‘이 사건 성적 행위’라 한다).

3.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하여, (1) 피고는 이미 원고와 소외인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된 후에 소외인을 만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성적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소외인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2) 피고가 소외인이 원고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 사건 성적 행위를 하였으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피고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이 사건 성적 행위에 앞서 이미 원고와 소외인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되었고 소외인이 제기한 이혼소송의 제1심에서 이혼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한 상태였다면,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었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성적 행위 당시 제1심 이혼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성적 행위가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원고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성적 행위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가 소외인이 원고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들어 이 사건 성적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부공동생활에 따른 성적 성실의무에 관한 법리 및 부부공동생활이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의 부부의 일방과 제3자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그 후에 이루어진 일방 배우자와 제3자의 부정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

(1) 대한민국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36조 제1항), 우리나라 혼인제도는 법률혼주의와 일부일처주의를 취하고 있다. 법률혼주의 아래에서는 유효한 혼인의 합의가 이루어져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의 혼인이 성립되면 부부는 동거·부양·협조의무(민법 제826조 제1항)와 성적 성실의무를 지게 되고, 그 혼인관계의 해소는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즉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이혼 절차나 부부 일방의 사망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이상 법률상 부부는 여전히 법적인 권리의무가 있고, 누구든지 부부로 대우하여야 한다.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에 따른 가장 본질적인 의무 중 하나인 부부 상호 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법률상 부부라는 존재와 실체를 무의미하게 취급하는 것이 되어 우리나라가 취하는 법률혼주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2) 형법 역시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가족생활의 보장 및 부부 쌍방의 성적 성실의무의 확보를 위하여 부부 일방과 제3자의 간통을 처벌하되 이를 친고죄로 하여 상대방 배우자에게 고소권을 부여하고 있다.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제241조 제1항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할 뿐이므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되었다고 하여도 상대방 배우자가 종용 또는 유서하거나 법률혼이 해소되지 아니한 이상 간통죄의 성립이 부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에 의하면 형사 처벌되는 간통행위가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때는 위법성이 부정되는 것이 되어 법체계상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3) 우리 사회에는 장기간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부부라도 자녀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쌍방 모두 이혼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있고 부부 일방의 재판상 이혼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하여 법률상 혼인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지 아니하다. 이러한 경우에 이혼을 원하지 아니하는 부부 일방은 여전히 법률상 부부로서 혼인생활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상대방 배우자가 제3자와 성적 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되면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에 따라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여 언제라도 이혼청구를 하면 혼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처럼 보고 있지만 실제는 다르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0므1140 판결에 의하더라도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혼청구가 인용되지 아니한다. 다수의견이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종래의 판례를 뒤집고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때’로 해석하는 완전한 파탄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몰라도 현재의 판례가 유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도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  다만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부부 상호 간에 성적 관계를 요구하거나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민법에서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부부 상호 간에 성적 성실의무가 계속 존속한다고 본다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당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법률혼주의를 훼손하지 아니하면서 부부 일방 당사자와 제3자의 성적 행위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과 재판상 이혼청구의 허용 여부 및 간통죄로 인한 형사책임을 조화롭게 해석하는 법리가 필요하다.

(1) 부부의 성적 성실의무는 원칙적으로 법률혼이 계속되고 있는 이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의무이므로 부부 일방은 배우자에게 더 이상 자신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여도 좋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그러한 의사표시를 한 부부 일방은 배우자와 제3자가 성적인 행위를 하였더라도 의무위반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한 의사표시는 명시적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 그러한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데, 종래 대법원판례는 간통죄와 관련하여, 혼인 당사자가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법률적으로 혼인관계가 존속하더라도 간통에 대한 사전 동의인 종용에 해당하는 의사표시가 그 합의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그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비록 잠정적·임시적·조건적으로 이혼의사가 쌍방으로부터 표출되어 있더라도 간통을 종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간통의 종용을 쉽게 인정하지 아니하였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도98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후에 그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부부 일방이 배우자에게 이혼의사를 표시한 경우라면, 이를 잠정적·임시적·조건적인 이혼의사라고만 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비록 그 자체만으로는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아니하나 장래에 향하여 배우자의 성적 성실의무 등을 면제 내지 소멸시키려는 의사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2) 또한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의하여 이혼이 가능한 파탄상태에서 실제로 부부 일방으로부터 이혼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부부 상호 간에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부부 모두 이혼의사가 없는 경우와는 달리 혼인해소가 예정되어 있어 이혼을 원하지 아니하는 배우자라도 조만간 혼인이 해소될 것을 각오하여야 하므로, 이혼소송 제기 시부터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평화로운 부부공동생활의 존속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 따라서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부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이혼의사를 전달받았거나, 그의 재판상 이혼청구가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라 이혼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혼인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부 일방은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후에 이루어진 제3자와 부부 중 일방 당사자의 성적 행위는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함부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할 일이 아니다.

다.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가 소외인과 이 사건 성적 행위를 하였을 당시 이미 원고와 소외인의 혼인생활은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있었고, 소외인과 원고 사이에 이혼청구의 본소 및 반소가 제기되어 혼인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있었으므로, 피고가 소외인과 위와 같은 성적 행위를 한 것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결론에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 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파기의 이유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 유효한 혼인의 합의가 이루어져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의 혼인이 성립하면 부부공동체로서의 동거·부양·협조 관계가 형성되고 그 혼인관계의 해소는 민법에서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와 같이 법률상 혼인에 의하여 형성되는 부부공동생활은 법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지만, 부부가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에 그 유지가 가능하므로, 민법은 부부에게 그에 대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런데 혼인에 의하여 형성된 부부공동생활이 실제 혼인생활의 결과 혼인 시에 의도하였던 것과는 달리 상호 간의 협조와 노력을 게을리 함으로 인하여 파탄상태에 이르고, 그 파탄상태가 굳어져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비록 민법에서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법률상 혼인은 보호되어야 하며 아직 법률상 혼인이 해소된 상태가 아니므로 부부로서는 민법에서 정한 의무 내지는 이를 이행하여야 하는 부담이 당연히 소멸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하여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이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사생활에 관여하여 회복 불가능한 부부공동생활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와 같은 상태에서 제3자가 부부의 일방의 생활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이미 실체가 소멸하여 회복 불가능한 부부공동생활이나 그에 관한 배우자의 권리가 새삼스레 침해되거나 부부공동생활의 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는 제3자가 관여한 행위가 성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민법 제840조에서 재판상 이혼 사유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는데, 이때에는 법률적으로 혼인 해소가 가능하고 부부는 이를 예상하거나 각오하고 있을 터이므로, 아직 이혼 전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배우자 상호 간에 부부공동생활에 따른 동거의무나 성적 성실의무를 기대하기 어려움은 더욱 분명하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우에까지도 부부로서의 동거의무 및 성적 성실의무를 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으로부터 이혼의사를 전달받았거나 재판상의 이혼을 청구하였어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그 사정 여하에 따라 제3자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관하여 법적 평가를 달리하여야 한다는 별개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한편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간통죄와 관련하여 법체계상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간통죄에 의한 형사적인 처벌과 제3자의 부부의 일방과의 성적 행위로 인한 민사적인 불법행위책임은 그 제도의 입법 목적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항상 동일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형법은 간통죄를 개인적인 법익에 관한 죄가 아니라 성풍속에 관한 죄로 규정하고 있고 간통죄의 보호법익은 일반적으로 건전한 성풍속·성도덕이나 일부일처주의에 터 잡은 혼인제도라고 설명되며 이와 아울러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가 거론되므로, 부부 일방의 부정행위 내지 부부공동생활 침해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는 민사상의 불법행위책임과 간통죄의 성립 영역이나 외연이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및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하여 간통죄를 통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제도의 위헌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형사정책적·입법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별개의견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부 일방이 이혼의사를 전달받았다면 간통죄의 종용에 해당할 수 있고, 또한 위와 같은 상태에서 그의 재판상의 이혼 청구가 허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재판상의 이혼이 청구된 상황이라면 배우자의 평화로운 부부공동생활의 존속에 대한 권리를 인정할 수 없어 간통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서, 종래의 대법원판례보다 종용의 개념을 확대하거나 이혼 전이라도 성적 성실의무의 소멸을 인정하여 간통죄가 성립하는 범위를 좁히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간통죄의 성립이 부정되는 종용 또는 유서의 의의 및 그 해석 등에 관한 형사법적인 것으로서 간통죄에 관한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사항이므로 이 사건에서 이에 관하여 직접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간통죄의 폐지 여부 등에 관한 논의를 떠나 별개의견도 인정하는 것과 같이 혼인제도에 관한 성풍속을 해치지 아니하면서도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형사법적인 관여의 범위를 줄이는 차원에서 종래 대법원에서 취하였던 간통행위에 대한 유서·종용의 개념 등을 적절히 보완·수정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간통행위에 대한 사전 동의를 뜻하는 종용이 있는지는 그에 해당하는 의사표시가 있는지의 해석 문제인데, 종용의 의사표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경우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부부의 파탄상태가 고착화되어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하고 객관적으로 그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면 그 과정에서 보인 혼인관계 유지·회복을 위한 노력의 결여 및 부부공동생활의 실체 소멸에 대한 실질적인 용인 등의 사정에 기초하여 종용의 의사표시를 추인(推認)하거나 묵시적인 종용의 의사표시를 인정하는 등의 해석론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향후의 논의를 통하여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조화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이에 비추어 보아도 다수의견으로 인하여 간통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법체계상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2017/06/10 13:25 2017/06/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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